고잉그레이: 흰머리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이야기 한국에서 살 때는 백발이라 부르던 것이 이제는 ‘고잉그레이(going gray)’라고 불린다니, 참 새롭고 이쁜 표현이다. 염색을 멈추고 자연스러운 흰머리로 살아가는 지금의 나에게 이 단어는 더없이 마음에 든다. 염색을 하고 살던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뉴질랜드로 오기 전까지 나는 꾸준히 염색을 했다. 나이가 들수록 흰머리가 자라나는 속도가 빨라지고, 염색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게 부담스러웠다. 염색을 제때 하지 못하면 불안해지고, 사람들이 내 흰머리에 대해 뭐라고 할까 두려워지곤 했다. 그런데 뉴질랜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내가 여기까지 와서도 남의 시선을 생각하며 염색을..